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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교육

사교육 해결 방안은?

by 머슴과 마님 2026. 3. 18.

핵심은 간명하다. 공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경험을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 충분함은 수업·평가·방과후·정보··채용까지가 일관성 있는 한 줄로 이어질 때 비로소 체감된다. 필자는 교실에서 다음의 변화를 가장 시급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본다.

 

   - 해결방안 1: 지필평가에서 성장 중심 평가로 변화

   우선, 학생이 지식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필평가, 수능체제보다는 학교 교육과정 내 프로젝트와 활동 중에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중요한 평가 지표로 바라보아야 한다. 단원마다 핵심 성취기준을 학생의 언어로 재서술하고, 형성 평가·과정 중심 평가의 비중을 높여 성장의 증거를 기록하는 수업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구술, 수행평가가 정규 수업 속에서 루브릭과 피드백 주기를 갖고 굴러갈 때 학생은 좋은 점수가 아니라 나는 어디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려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장 중심 평가가 곧 대입과 연결되어야 한다. 프로젝트와 수행평가에서 기록된 학생의 성장 자료가 대학 입시에 반영될 때,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 속 수업이 중심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교사에게는 충분한 수업 준비 시간과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수업을 바꾸는 힘은 교사에게서 나오지만, 그 시간을 마련하고 평가의 방향을 정하는 권한은 제도에 있기 때문이다.

 

   - 해결방안 2: 공교육 내실 강화 및 탐구·융합 학습 강화

   다음으로,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교육 편중을 완화해야 한다. 이는 해당 과목을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문해력과 수리력은 모든 배움의 토대다. 그러나 토대 위에 세워야 할 다양한 배움들(사회·과학·예술·기술·가정)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분명히 자리 잡아야 한다. KDI의 연구에서 자기주도학습과 협력적 학습 경험은 대학 이후의 학습·노동 성과와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다. 이 근거를 토대로, 학교 수업을 다양한 교과의 핵심 개념-탐구 과제-피드백 구조로 재설계하고 내재화하는 것이 사교육 대체의 핵심이다. 고교 졸업요건에 다양한 과목의 탐구·융합 과제와 캡스톤형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대학은 모집단위별 핵심 역량 표를 공개해 수능 점수 외에 어떤 역량과 증거물을 요구하는지 명확히 알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능 몇 과목만으로 고교 교육 전체를 설명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학과 기업이 실제로 요구하는 역량은 문해·수리와 더불어 협업·소통·문제정의·문제해결의 결합이다. 학교가 이를 정규 교육과정에서 보장해 줄 때, 학부모의 불안은 줄고 학생의 준비는 넓어진다.

 

   - 해결방안 3: 학교-지역-대학이 연계하는 교육 공동체 형성

   방과후 돌봄 공백의 대안으로는 일본의 부카츠(部活, 부활동) 모델이 시사점을 준다. 부카츠는 한국의 동아리와 다르게 고문 교사가 있으나 학생 자치 운영을 원칙으로 두고 있으며, 방과후에 운영된다. 지역과 연계되기도 한다. 또한 한국의 동아리처럼 대략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것이 아니라,  3-6, 혹은 매일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카츠의 본질은 성적 외의 성공 경험을 학교 안에서 장기적으로 축적한다는 데 있다. 요리·디자인·정책·사회참여·스포츠·음악·연극·메이커·로봇·경제금융 등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학교-지역-대학이 연합한 코치제로 운영하면 전문성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 여기서 대학과의 교류가 형성되면서, 대학 서열화 및 성적 끼워맞추기식 대학 선택보다는 해당 대학 학과의 전문 분야, 교수와의 접목성도 대학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공교육이 삶의 무대가 될 때, 학원은 유일한 선택지에서 벗어난다. PISA OECD 분석이 지속적으로 보여주듯, 학교 소속감과 안전감은 학업성취뿐 아니라 삶의 만족을 끌어올린다. 부카츠형 동아리는 바로 그 소속감의 토양을 제공한다. 이는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웰빙과 소속감을 높이는 공교육의 본령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부카츠 제도를 한국형으로 변화시켜 한국 교육에 반영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 해결방안 4: 정보의 투명성과 채용 구조의 혁신

   정보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입시-전형-대학교육과정-졸업후경로를 공신력 있는 표준 형식으로 통합 제공하는 데이터 허브가 필요하다. 학교, 교육청,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고, 학부모와 학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사례 중심으로 안내해야 한다. 학교마다 진로교사가 생활밀착형 상담을 더욱 많이 제공하고, 학부모 대상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상시화하면, 불안이 지출로 직결되는 악순환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용 구조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만 바꿔서는 실패할 수 있다. 공공과 대기업이 역량기반·블라인드 채용을 고도화하고, 현장 과제·포트폴리오 중심의 평가를 확산해야 한다. 교육, 노동, 지역, 복지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사교육의 기대효용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학벌 중심 문화를 완화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실질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교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군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채용 시장에서도 전공이나 학벌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사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폭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정책 네트워크  통권 388, 백수현 기고문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