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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일상

백수의 숨가쁜 하루

by 머슴과 마님 2025. 4. 7.

2025년 4월 2일 수요일,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다. 많은 날들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오늘 같은 하루는 기억해 두고 싶은 하루일 것 같아서 시간을 더듬어 하루를 정리한다. 

새벽 4시에 눈이 뜨였다. 새벽잠이 없는 나로서는 늘상 일어나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조금 바쁘게 움직이려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뉴스를 검색하고 메일 등을 확인한다. 가끔 올리는 투데이피플 칼럼도 들춰본다.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어제도 몇 명의 방문자들이 글을 공유한 것 같다. 인기뉴스 1위에 올라 있는걸 보니..

치악산 행로봉에서 찍은 일출 모습

새벽 6시면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한다. 멀리 치악산이 어슴프레 보이기 시작한다. 늘상 느끼는 아침풍경이지만 치악산의 아침은 마치 화선지에 흐린 먹물로 한 획을 그은 것같은 능선이 참 부드러워서 좋다. 여명이 비칠라치면 검은 먹선위로 뭍어나는 붉은 노을은 마치 먼 산에 피어나는 진달래 꽃무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아침이 밝을 무렵 집을 나섰다.

티악산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

며칠 전 건물 입구에 심어 놓은 회양목이 눈에 거슬린 적이 있다. 볼품없이 웃자라는 것이 모양도 지저분하게 보여 오늘 아침에 간단하게나마 전지를 하기로 했다. 6시 30분 쯤 차를 몰아 건물로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 도로가 휑하다. 전지가위로 회양목을 다듬었다. 굵게 자란 가지는 잘라주고 동그랗게 모양을 다듬으니 마치 이발을 마친 아이의 머리를 보는 듯 단정해보여서 좋다. 내친김에 울타리를 넘어 옆집을 기웃거리는 자작나무도 가지 몇 개를 정리하고 단풍나무는 키를 낮춰 수형을 가다듬으니 나무보다 내 마음이 정리된 듯 기분이 좋다.

전지한 나무가지를 간추려 종이박스에 담아 텃밭으로 내달렸다. 어제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다가 바람의 심술로 남겨두었던 비닐씌우기를 마무리하기 위함이다. 들녘의 아침은 상쾌하면서 시원함을 선물한다. 긴 밤을 지새운 바람도 지쳤는지 잔잔해져서 비닐씌우기가 한결 수월하다. 텃밭 농기구를 정리하고 과일나무 몇 그루 가지치기를 해 주니 벌써 9시가 훌쩍 넘는다. 

비닐씌우기를 마친 텃밭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원주농협에 들렸다. 지난해 친환경유기농비료 지원사업을 신청했더니 복합비료와 밑거름비료를 방문수령하라는 연락을 이미 받은 터였다. 논600평, 밭 200평 규모인데 밑거름 비료 2포, 웃거름 비료 2포, 복합비료 4포 등 총 8포를 지원받아 곧장 형님댁으로 가서 논에 뿌려달라고 복합비료와 웃거름 비료 포함 6포를 내려놓고 밭에 필요한 밑거름 2포만 가지고 돌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인지 한 바퀴를 돌았는데도 아직 10시가 조금 넘은 아침이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은 뒤 원주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캘리그라피 수강 신청을 하러 갔다. 4월 20일부터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고 해서 조금 서둘렀다. 아직 수강인원은 다 채워지지 않아서 다행스럽게 수강신청에 어려움은 없었다. 문화원 회원으로 신청 가입을 하고 2분기 수강료까지 선불로 결재를 했다. 문화원 회원 가입비 5만원, 월 수강료를 2만원인데 4월은 중순부터 시작하니 반타작하여 2분기 수강료는 5만원으로 결정했단다. 

 

오후에는 마님과 함께 원주 5일장을 구경나갔다. 사장 구경도 한 몫이지만 어떤 모종들이 나와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텃밭농사 3년차인데도 아직 파종시가나 모종 심기를 언제 하는지 숙지가 안되어 시장을 나가 농사 컨닝을 자주 하는 편이다.

평일인데도 5일장은 사람들로 빼곡하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종묘사에 들러 모종 구경을 한다. 주로 상추를 포함한 채소류와 대파, 봄양파 모종이 주를 이룬다. 마님은 꽃모종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다. 올해는 수국을 키워보고 싶다고 수국쪽에만 눈길이 가 있다.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아 다음 장날에 모종을 구입하기로 하고 시장 나올때마다 즐겨 먹는 풀빵과 핫도그로 허기를 달랬다.

 

저녁 6시 원주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시민기자 발대식에 참석했다. 지난해까지는 청년기자단으로 운영을 했었는데 올 해는 시니어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확대해서 지원신청서를 제출했었다. 지역의 문화행사나 원주 사람들의 삶을 나누는 역할을 해 보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막상 선발이 되고나니 약간의 두려움도 생긴다.

발대식 이후 글쓰기 강으를준비하고 있다.

시민기자 발대식에는 선발된 시민기자 10명 중 7명이 참석하고 원주문화재단에서는 담당자 세 분이 참석했다. 임명장을 받고 원주문화재단 소개와 시민기자의 멘토를 담당해주는 정기영 강사님의 글쓰기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A팀은 기획회의를 진행하는데 나는 B팀에 편성되어 집으로 돌아오려고 회의장의 나왔다.

시민기자와 원주몬화재단 업무담당자
원주문화재단에서 발급된 위촉장과 기자 명함과 신분증

저녁 8:30분, 밖은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을 촉촉하게 적시는 비가 내리고 있다. 간만에 내리는 봄비라 몇방울 맞을 요량으로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호들갑스런 빗소리에 이내 발걸음은 달음박질로 바뀐다. 나이가 들어 가는데도 몇 방울 비를 피하려고 뛰는 모습이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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