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전일제교육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023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되어 2025년부터는 최대 저녁 8시까지 맞춤형 교육-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예정..(후략)’
내용만 보면 문제 될 것이 뭐가 있을까 싶은데도 초등 전일제교육, 또는 늘봄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 정책에 대한 찬반의 여론이 뜨거울 정도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곳 부여군 외산면에는 마을학교(마을돌봄교실)라는 형태의 전일제 돌봄 서비스가 2019년부터 5년째 시행되고 있기에 이 사례가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온 마을이 배움터, 아미골마을학교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에 자리한 아미골마을학교는 ‘온 마을이 배움터’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마을의 학생들이 하교 후에도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마을돌봄교실과 마을방과후교실을 운영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연계학교인 외산초등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2019년 첫걸음을 뗀 아미골마을학교는 2021년부터 ‘충남형 온종일 돌봄 활성화 지원사업’ 참여를 계기로 운영시간과 범위를 확대하여 2023년 올해엔 평일 하루 세 시간, 연간 240일을 운영해나갈 예정이다.
‘온 마을이 배움터’라는 가치는 그냥 선전용 홍보문구가 아니다. 마을학교 참여 학생들이 하교와 동시에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해 마을학교에 도착하면,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세 시간 동안 학생들은 진정 온 마을을 놀이터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함께 마을길을 산책하고 축구, 피구, 야구, 술래잡기 등 다양한 신체활동에 참여하고 마을학교에서 책도 읽고 놀이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학생들은 마을을 놀이터 삼아 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미골마을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마을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상상 이상이다. 매년 2회씩 실시하고 있는 만족도 조사는 늘 만족도 100%를 유지하고 있다. 아쉬운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달라고 물으면, ‘졸업한 뒤엔 마을학교에 오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일상인 곳이다. 학부모들의 호응 역시 대단하다. 학부모들과 마을교사들이 소통하는 SNS 대화방엔 늘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감사의 인사들이 가득 오고 가고 있다. 하지만 마을학교가 시작될 때의 분위기는 이렇지 않았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2019년 첫해의 마을학교 참여 학생이 네 명뿐이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한다(올해는 전교생 26명 중 25명이 마을학교 참여를 신청하였다.)
이상하다. 5년 전에는 수요가 없었고, 5년 사이에 갑자기 수요가 늘어난 것일까. 농촌 마을의 경제활동이란 그다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농업, 유통업과 수송업, 중장비 운용 등 제한적인 경제활동 범위에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속해있는 현실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맞벌이로 인한 자녀 돌봄 서비스 수요가 갑작스레 증폭할 일도 없었으니 어쩌면 공급이 수요를 이끌어냈던 것은 아니었을까.
|| 사실, 오래전부터 마을학교는 필요했다.
마을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이곳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학생들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① 하교 후 갈 곳이 없다. 심지어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있는 학원 하나 없다.
② 문화체험과 놀이의 기회가 현저히 부족하다. 도서산간 지역의 태생적 한계.
③ 집에 있는 것이 심심해서 방학을 싫어한다. 개학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
세 가지 상황이 만들어 낸 결과로 이곳의 학생들은 그동안 거의 비슷한 모습의 하교 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몇이 길가에 앉아 휴대폰 게임에 열중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위험한 도로와 골목을 정처 없이 누비거나, 아니면 학습지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풍경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 마을의 모습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4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세 시간 동안 우리 마을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해가 지도록 불 켜진 마을학교 창가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사실 아이들에겐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학교 같은 곳이 간절히 필요했던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학부모들 또한 마을학교에 호응해주고 있다. 마을학교가 끝나기 전 아이들을 데리러 오신 부모들은 늘 아이들이 왜 이리 일찍 데리러 왔냐며 불평하는 소리를 참아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학교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마도 그 일상의 풍경 덕분에 학부모들도 마을학교를 좋아하는 것일 테다. 자녀들이 마을학교에서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교사가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인사가 ‘감사합니다’이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학부모들에게도 역시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을학교 같은 곳이 간절히 필요했던 것 같다.
||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전일제 돌봄교실이 되어야 한다.
마을학교는 학교와 다르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긴 하지만 착각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내게 물으면 난 서슴없이 ‘교육과정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학교교육과정은 마땅히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지역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수립된다. 큰 틀에서의 상위 교육과정이 제시한 수업시수와 방법론을 따라 학교의 특성에 맞게 편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마을학교는 이와 달리 교육과정에 접근하는 방법이 훨씬 다양하고 자유롭다. 물론 아미골마을학교도 매년 교육과정을 수립한 뒤 그것을 근거로 한 해의 운영을 이어간다. 다만 반드시 따라야 할 상위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을학교의 지난 운영 결과들을 참고하고 학생들의 수요와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당연히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을오락실과 아미골마을학교캠프, 마을학교텃밭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운영되었다. 이 점이 바로 의무교육 기관도 아닌 마을학교에 매일 아이들이 발걸음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림 1] 아미골마을학교 텃밭교실 사진
처음 네 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던 아미골마을학교에 아이들이 북적이기 시작할 무렵에 나는 학생들에게 그동안 어떤 이유에서 마을학교를 신청하지 않았는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돌아온 학생들의 답변이 모두 같았는데 그것은 바로 ‘학교라길래 또 공부하는 곳인 줄 알았어요’였다. 아이들의 생각에서 전일제 돌봄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을학교에 대한 수요가 반드시 맞벌이와 늦은 퇴근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었듯이, 학생들이 만족하고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다채롭고 풍성한 체험프로그램들이 안전하게 운영되는 전일제 돌봄에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몰려들 것이라 생각한다. 전일제 돌봄이 학생들에게 그저 7, 8, 9, 10교시로 느껴질 뿐이라면 이 정책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계획에서 먼저 탈피해야 할 것이다. 지역적 특색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되는 전일제 돌봄은 그야말로 부모의 귀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머무르는 그런 공간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모두가 행복한 전일제돌봄은 어떤 모습이어야할까
사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시간은 바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부모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대화하고 웃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아이라는 나무를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훌륭한 밑거름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가장 먼저 이러한 점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이미 그러한 제도와 장치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자녀 돌봄 휴가와 육아시간제 등…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아직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복직 후에 불이익이 없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미 마련된 제도와 장치들부터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
그런 연후에 추가적인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전일제 돌봄이 그 해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전일제 돌봄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들로 운영된다면 그저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미골마을학교가 우리 마을에서 이뤄낸 작지만 소중한 성과처럼 말이다.

조우상 아미골마을학교 마을교사<교육정책네트워크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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