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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일상

외옹치항의 낭만과 맛

by 머슴과 마님 2023. 5. 5.

코로나 19로 한동안 만남이 없었던 '혁고' 동창 모임을 가졌다. 

5명 중 홍교장을 제외한 4명의 화려한 백수는 현직의 프레미엄을 가진 홍교장의 시간에 맞춰 모임날짜를 정했다.

간만의 모임이라 만나면 소주도 한 잔 나눌 겸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자상한 홍교장이 춘천에서 합류해서 속초로 가자고 제안해서 기꺼이 춘천으로 GO!!

춘천교대 앞에서 홍교장과 김장, 민장을 만나 반가움을 나누다 보니 속초는 금방 눈앞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대포항  뒷쪽에 있는 포장마차 횟집에서 천장을 기다렸다. 2-3분이면 도착한다는 연략을 받았는데도 사람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기 매한가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은 쌀쌀하다. 옹벽을 치고 넘어오는 파도의 잔 물방울들 속에서 짠내음이 풍긴다. 

완전체의 5인방이 대낮부터 포장마차 횟집에 뭉쳤다. 공간은 협소했지만 바다회 맛은 넘치고도 남았다. 한입 가득 회를 넣고 수다를 떨고 틈틈이 마신 소주 덕분에 마음이 더욱 푸근해진다.코로나 19로 만나지 못한 시간속에 꽤나 많은 이야기들을 숨겨 놓고 살았다보다.

천장은 외손주 자랑이 넘치고 민장은 늦게 만난 외손주가 유치원생이 되었단다.

아들만 둘 인 홍장과 나는 아직 개혼도 못했는데 손주 얘기는 귀만 기울일 뿐,

잠잠하던 김장이 뒤늦게 예비 손주 얘기를 꺼내는데 모두가 깜놀!!

손주 맞을 준비로 많이 바쁘시단다. 세명의 손주를 한꺼번에 맞이 하려고 가족회의가 빈번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세배로 놀라는 바람에 간간이 마시던 소주 기운이 확 가신다.축하 덕담도 세배로 나누고 횟집을 나섰다.

 

가까운 외옹치항까지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홍장이 늘 그랬듯이 운전을 하고 이동을 했다.

겨울이 지나간 바다는 아직도 겨울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고 바람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귓모습도 아련하게 보인다. 바다는 겨울이 제맛이다. 칼바람같은 서늘함에 쓸어내리는 가슴이 시리도록 좋다. 특별하게 기억나는 일이 없어도 겨울바다는 많은 생각을 품게 한다. 주머니 속으로 넣은 손을 꽉 잡아보면 웬지 용기도 생기는 것 같고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할 것 같은 조바심도 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 일출을 즐기는 가 보다.

외옹치항 앞바다에 잔잔한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다.

외옹치항은 조용해서 좋다. 도심에서 벗어난 여유와 한가로움이 담겨 있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도 거칠지 않아서 좋다.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소리도 지루하지 않다. 방부목으로 만들어진 둘레길을 조금 걷다가 이내 자동차로 돌아왔다. 차를 마시기로 한 칠성조선소 카페로 이동했다. 

1952년부터 조선소로 운영되던 곳인데 2018년에 지금의 모습의 변신을 했다고 한다.

조선소에서 사용하던 공구와 사진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전시공간인 뮤지엄(MUSEUM),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살롱(SALON), 제재소로 활용되었던 플레이 스케이프(PLAY SCAPE)와 배를 만드는 오픈 팩토리(OPEN FACTORY)로 구성된 공간이 인상적이다.

카페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방송의 위력은 대단하다. 여기저기에서 인증샷을 찍느라고 부산하다.틈을 노려 우리팀들도 인증 사진을 남겼다.참 너머로 다가오는 바다가 어둠을 물고 나타날 때 쯤 우리 일행은 천장을 남겨두고 춘천으로 돌아왔다. 

카페 내부는 2층으로 되어 있어서 시원한 바다를 맘껏 볼 수 있다.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원주행 버스를 기다리는 30여 분의 시간이 나를 추억속으로 소환한다.

시외버스를 타고 춘천을 오가던 대학 시절과 자동차를 타고 넘나들던 중앙고속도로가 내 삶의 한 부분처럼 클로즈업된다. 

버스 속에서의 달콤한 한 시간이 현재의 나처럼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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